제사상을 물리고 음복할 때 제일 먼저 알 밤에 손이 간다.

    딱딱하지도 무르지도 않아 어금니에 아삭하게 씹히는 촉감이 좋고.

    밤에 밴 희미한 단 맛이 깔끔하다

 

     형님이 돌아가시고 조카들이 제사를 모시는 게 안쓰러워 

    아버지 어머니 제사 만 모시기로 아내와 합의 하고

    제기와 영정을 가지고 올라와 제사를 우리가 모시기로 하였다

    며느리와 아내가 제수를 장만하면. 미안한 마음에

     “음식 가지 수도 줄이고 적게 하라고 해도

    아내는 아이들과 나누어 먹어야 한다며 바쁘다.


     밤을 치는 건 내 몫.

    어릴 때 아버지가 흰 두루마기를 입고 문어를 썰고, 

    밤을 치시면 우리들은 아버지 앞에 쪼그려 앉아 

    아버지의 빠른 손놀림을 신기하게 보았다.

    물에 불은 밤을 치기 시작하였으나 쉽지가 않아 그냥 깎고 모난 부분만 살짝 치니

    밤의 크기는 점점 줄어들고 깎겨 나간 밤이 더 많았다

    아버지는 일 년에 기제사 여섯 번과 명절 제사 두 번 합하여 여덟번을 수십 년 간 제사 때 마다 밤을 쳤으니 

    숙련이 되어 밤의 모양이 다 달라도 친 밤은 비행 접시 모양 깔끔하게 칠 수가 있었나 보다.

 

     어릴 때 내 별명이 알 밤,  귀여움을 많이 받은 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