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나던 어린 예쁜 딸을 잃었고

  잊을만한 세월이 지나 십년 흘려

 

  폭설이 내려 하얗게 소복을 한 세상이

  눈 덮인 산에 임의 무덤을 만들게 했고

 

  흰 화강석 옆에 검은 비석에 글 새겨 놓고

  가슴에 싸인 슬픔에 눈물도 흘리지 못했네.

 

  홀로 있어 외로움 달래려 부모님 곁에 가고

  대화 없는 만남을 연연이 함께하여 왔지만

 

  이제 늙어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아, 그때 만나

  지난날을 생시처럼 정다운 마음으로 안아본다.

 

  다음 세에 우리 또다시 만난다 해도

  이승의 슬픔을 어찌 잊을 수가 있으랴

 

  미련과 아쉬움만이 가득한 삶의 끝자락에서

  멍하니 지난 세월 속에서 꿈꾸는 망부석 처럼